현대자동차가 지난 14일, 천안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글로벌 러닝센터에서 일렉시티타운을 소개하고 시범 주행도 선보였다. 최근 운수 업체들이 전기 버스를 앞다퉈 도입하는 가운데 무섭게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중국산 대비 일렉시티타운이 갖는 경쟁력을 살펴봤다.
먼저 일렉시티타운의 크기는 길이 x 전폭 x 높이가 9,045 x 2,490 x 3,400m로 기존 일렉시티 전기 버스 대비 길이만 2m 줄여 제작한 버전이다. 중형 저상 버스 기준을 만족해 마을버스 노선과 비수도권 노선에 투입할 용도인 것. 개발 단계부터 많은 운송 회사들의 니즈를 반영한 결과다.
저상 버스답게 실내로 들어서기 위해 계단을 오를 필요가 없어 편하다. 탑승 인원은 41인승(좌석/입석/운전자 18/22/1명)과 25인승(좌석/입석/운전자 18/6/1명) 두 종류로 출시한다. 실내 좌석 간격은 여유 있게 배치했다. 입석 승객을 위한 손잡이도 넉넉해 흔들리는 버스 안 몸을 지탱할 요소가 많다. 이외 깨끗한 실내 공기를 유지하기 위한 공기 청정기 2개와 모든 좌석마다 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USB A타입 단자를 마련한 것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중문 바로 앞 좌석은 교통약자석으로 법적 기준보다 많은 3개를 설치했다. 교통 약자 전용 하차벨은 일반 벨과 구분되는 비프음과 운전석 계기판 상에 교통약자 신호가 뜨도록 해 배려를 더했다.
교통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장치는 더 있다. 에어서스펜션을 적용한 이점을 활용해 닐링(Kneeling)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닐링 모드는 차체 오른쪽을 기울여 승차 높이를 낮춰주는 기능이다. 여기에 중문 바닥을 연장해 휠체어를 탄 채로 승하차 할 수 있는 장치도 장착했다.
파워트레인은 ZF가 제작한 300kW 급(약 407마력) 모터가 뒷 차축에 실린다. 다만, 실제 출력은 상황에 따라 140kW~160kW(약190~217마력)로 제한한다. 그럼에도 토크는 1350Nm(약 137.7kgm)에 달한다. 출력을 제한한 이유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대배기량 엔진을 얹고 출력을 낮추면 연비가 높아지고 전체적인 부하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누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관련 부품은 천장에 실린다. 전기 버스 천장이 높은 이유다. 배터리는 아이오닉 5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제품을 사용한다. 탑재 갯수는 총 3개. 배터리 합산 용량은 총 217.8kWh다. 배터리가 천장에 실리는 탓에 일반 승용차 대비 냉각 성능도 강화했다. 직사광선 등과 같은 열관리에 불리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함으로 라디에이터를 활용한 냉각수 활용 뿐 아니라 에어컨 컴프레셔를 활용한 액티브 냉각도 추가했다. 덕분에 저속 운행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시내 버스 주행 환경에도 배터리가 과열될 걱정을 덜 수 있다.
배터리 충전을 위한 충전부는 DC 콤보 2구를 사용한다. 각각 최대 150kW까지 충전할 수 있는 포트다. 때에 따라 1개만으로 전체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고 빠른 충전이 필요할 땐 2구 모두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때 0-80%까지 33.1분, 80-100%까지 22.1분을 소요해 총 55.2분이면 배터리를 완충할 수 있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환경부 인증 기준(부하 시험) 350.2km. 국내 시내버스 평균 운행 거리인 200km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시승은 시험 도로에서 진행했다.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건 정숙성이다. 대배기량 엔진의 작동 소음과 진동이 사라진 실내는 고요함이 감돈다. 창틀과 차량내 부품 등이 맞물리는 부분도 소음을 유발하지 않아 잡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또한 에어서스펜션을 사용한 덕에 안락한 승차감도 누릴 수 있다. 특히 승객 시트는 쿠션이 넉넉하게 들어있어 철제 프레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등받이 길이도 일반 버스 대비 길어 편안함을 더한다. 짧은 시승이지만 승차감과 각종 편의 사양들에서 일반 버스 대비 이점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렉시티타운 출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대신 경기도 부천시, 부산광역시,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이미 시범 운행 중으로 출시가 임박한 것은 확실한 상황이다. 가격 역시 아직 미공개인데, 중국산 전기 버스를 의식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는 후문. 게다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것 역시 차후 상용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데 유리하다는 걸 감안하면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