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형 르노삼성 XM3
위기다. 경쟁자는 늘어났고 경쟁력은 약화됐다. 당연스럽게 판매도 줄었다. 르노삼성은 연식변경 카드를 꺼냈다.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필요 옵션을 더했다. 탄탄한 기본기에 풍족한 기능들. 이전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하지만 여전한 걸림돌은 강력한 경쟁 모델들이다. 과연 2022년형 XM3는 치열한 소형 SUV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전히 독특한 디자인"
2022년형 르노삼성 XM3
XM3의 구매 요인 1순위는 디자인이다. 다른 SUV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함이 묻어 있다. 가장 먼저 손꼽는 건 완만하게 떨어지는 옆쪽 실루엣. 여기엔 높은 최저지상고(186mm)와 낮은 차체 높이(1,570mm)가 한몫한다. 주차해놓은 차를 멀리서 바라봤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국산 쿠페형 SUV는 XM3가 유일하다. 수입 모델까지 통틀어도 가격대가 높은 고급차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든 디자인이다. 헤드램프, 방향지시등, 후미등에도 전 트림 LED를 적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2022년형 르노삼성 XM3
연식변경이지만 티가 날 만큼 몇몇 부분을 손봤다. 우선 앞쪽 안개등은 삭제했다. 주간주행등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그 자리에 에어커튼과 ‘Y’자형 크롬 장식을 덧댔다. 앞뒤 쪽 스키드는 색상을 약간 바꿨다. 블랙 투톤 루프를 선택 품목으로 제공하며, 그간 르노 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소닉 레드를 추가했다. 아쉽게도 시승차는 솔리드 화이트 색상이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뒷좌석 공간은 널찍한 휠베이스(2,720mm)나 차체 길이(4,570mm)에 비하면 다소 좁다. 숫자로만 비교하면 그렇다는 뜻. 반면 전체적인 공간감은 나쁘지 않다. 경쟁 모델인 기아 셀토스와 비교하면, 무릎 및 머리 공간은 좁지만 좌우 너비가 넉넉해 3명이 앉기에도 괜찮을 듯하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2022년형 르노삼성 XM3
트렁크 공간은 513L다. 쿠페형 해치 라인으로 약간 손해를 봤지만 의외로 넓어 큰 짐을 넣기에도 무리가 없다. 해치를 열면 매우 높게 열려 트렁크에서 차크닉(자동차+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손색없다. 길이가 조금 짧긴 하지만, 체구가 작다면 차박(자동차+숙박)도 가능할 듯 보인다. 트렁크 바닥판 재질과 마감도 준수하다.
"웬만한 건 다 있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2022년형 르노삼성 XM3
2022년형 르노삼성 XM3
2022년형에서 추가된 옵션 설명부터. 우선 주행 보조 기능이 강화됐다. 기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에 차선 유지 보조(LCA)를 더했다. 합쳐서 고속화 도로 및 정체구간 주행보조 기능(HTA)로 불리는데 속도에 구애받지 않고 잘 작동한다. 특히, 이번 시승 구간이 왕복 500km에 달했고 극심한 정체구간을 통과했기에 더욱 와닿았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실력은 조금 아쉬웠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2022년형 르노삼성 XM3
커넥티비티 강화도 이뤄졌다. 원격 시동/공조 기능이 추가됐는데, 뜨거운 여름철이나 추운 겨울날 매우 유용하다. 물론 원격 시동은 거의 20년 전 국산차에도 있었던 기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용 앱을 통해 온도 설정 및 목적지 전송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카페이먼트 옵션도 생겼다. 인카페이먼트는 차내에서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비대면 주유부터 드라이브스루 픽업까지 받아볼 수 있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이 밖에 웬만한 옵션은 다 있다. 국내 소비자가 좋아하는 앞 통풍/앞뒤 열선 시트와 스티어링 휠 열선 기능을 갖췄다. 다만 물리 버튼을 누른 뒤 추가 터치가 필요한 방식이라 사용 편의성은 떨어진다. 또, 앞 통풍/앞뒤 열선 시트의 경우, 최상위 트림에서도 추가금을 내야만 얻을 수 있는 점이 아쉽다. 9.3인치 세로형 중앙 디스플레이에는 기본 내비게이션으로 T맵이 설치되며,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도 사용할 수 있다. 윈도우 스위치는 전 좌석 원터치다. 다분히 유럽 냄새가 난다.
"신경 써 잘 만든 차, 하지만 불편한 차"
2022년형 르노삼성 XM3
XM3는 잘 만든 차다. 주행 감각은 날카롭진 않지만 깔끔하다. 과거 XM3를 리프트에 띄워 하체를 들여다본 적이 있다. 전문 정비사가 아니기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순 없지만 만듦새가 썩 괜찮았다. 특히, 언더커버를 정말 꼼꼼하게 장착해놓은 모습에서 르노삼성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이는 고스란히 주행으로 이어진다. 직진 안정성도 좋고 핸들링 역시 부드럽고 직관적이다. 비교적 높은 최저지상고를 가졌음에도 고속에서 불안감은 없었다. 하체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적다. 가장 큰 소음은 rpm을 높였을 때 들리는 엔진음. 시승차는 1.3L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DCT가 조합된 TCe 260 사양이다. 2,500rpm을 넘어서면 소음이 급격히 커진다. 여기서 소음이라 표현한 이유는 소리가 썩 좋지 못하기 때문. 하지만 배기량을 감안하면 나쁜 음색은 아니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몸집 작은 엔진이지만 원하는 대로 쉽게 가속할 만큼 힘이 세다. 최고출력 152마력(PS)과 최대토크 26.0kg.m는 1,345kg의 차체를 민첩하게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토크 밴드는 2,250~3,000rpm으로 다소 좁지만, 실영역에서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막히는 구간이 포함된 고속 주행 연비는 17~19km/l로 준수했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XM3를 첫 차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은 만큼, 초보 운전자를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우선, 주차 시 조향까지 도와주는 EPA는 동급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급 옵션이다. 후방교차 충돌 경보(RCTA) 기능은 출차 등의 상황에서 빈번한 접촉 사고를 막는 데 큰 힘이 된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차선이탈 경보 기능은 진동이 상당히 강해 초보자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안전 장비는 좀 불편하더라도 위험 상황에서 확실하게 알려주는 편이 좋다. 과거 XM3에는 오토홀드가 늦게 풀리던 이슈가 있었는데, 수정을 거쳤다지만 여전히 더딘 모습이었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후방 카메라 화질이 낮고 왜곡이 심한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XM3의 주행 만족도는 여전히 꽤 높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장거리 주행을 마치자 피로감이 밀려왔다. 이유는 작고 불편한 시트, 그리고 애매한 시트 포지션이었다. 작은 시트 크기는 이해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차급과 시트 크기는 비례하기 때문. 하지만 원하는 시트 포지션을 잡기가 어려웠다. 스티어링의 텔레스코픽 기능, 시트 방석 기울기 등이 다소 아쉬웠다. 쿠션은 체중을 제대로 분산시키지 못 하는 느낌이었다. 헤드레스트 역시 앞쪽으로 다소 튀어나와있어 주행 내내 머리를 건드렸다. 물론 개인의 체구나 체형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적어도 함께 시승한 동승자는 의견을 같이했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
XM3는 지난해 6월 5,330대를 판매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도 8,086대로 작년 같은 기간(2만2,252대)과 비교해 64% 가까이 급락했다. 그럼에도 르노삼성 내 비중은 28%로 꽤 높다. 르노삼성은 QM6에 몰린 판매 비중과 XM3 판매 하락 등의 숙제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실정이다.
분명한 건 여러 부족했던 부분을 메꿨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걸 찾아냈고 적용했으니, 이제 시장의 반응을 지켜볼 차례다. 2022년형 XM3의 가격은 1.6L 자연흡기 엔진과 CVT가 조합되는 1.6 GTe가 1,787만 원부터, TCe 260은 2,396만 원부터다. 시승차는 TCe 260 Re 시그니처 트림에 각종 패키지를 더해 2,839만 원이다. 르노삼성이 2022년형 XM3의 출시로 실적 부진을 극복할 수 있을지, 7월 판매 집계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VERDICT>
독보적인 스타일의 소형 SUV. 차가 나쁘다기보단 다른 선택지가 많다.
Good
- 쿠페형 라인은 지금 봐도 역작
- 이젠 옵션이 적다는 이야기도 못 할 만큼 풍부하다
Bad
- 그 옵션이 최상급 선택 품목이다
- 경쟁 모델엔 있는 네바퀴굴림이 빠졌다
<Competitor>
- 기아 셀토스 : 다양한 파워트레인, 4WD, 더 풍부한 옵션. 대신 소음이 크다.
-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 고속 주행 질감 좋고, 안팎 마감도 훌륭하다. 4WD도 있다.
2022년형 르노삼성 XM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