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이것저것 불편한 구석이 많은 자동차여도 특출난 매력이 있다면 인기를 얻는다. 대표적으로 랭글러가 그렇다. 이번에 시승한 레니게이드 1.3은 파워트레인을 바꾸고 옵션을 가감한 연식변경 모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차에 ‘매력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Verdict>
장점은 그대로지만 단점이 많이 늘었다
Good
- 힘센 다운사이징 엔진
- 훌륭한 실내 개방감
- 의외로 높은 프로모션
Bad
- 좋지 못한 직진 안정성
- 구성 대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Competitors>
- 푸조 2008 : 연비 좋고 가격 싼 소형 수입 SUV. 대신 디젤밖에 없다.
- 미니 컨트리맨 : 다양한 파워트레인 선택지. 가격은 비싸고 옵션 부족한 건 매한가지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드디어 등장한 신형 파워트레인
2022년형 레니게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롭게 적용한 파워트레인이다. 우선 기존 2.4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은 1.3L 터보로 덩치를 확 줄였다. 1L 이상 배기량이 줄었지만 최고출력은 173마력으로 거의 비슷하며, 최대토크는 27.6kg.m로 4kg.m 이상 올랐다. 터보차저를 달며 최대토크 발현 시점도 3,900rpm에서 1,850rpm으로 대폭 낮췄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rpm 영역대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가속 시 운전이 편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며, 앞바퀴굴림 모델 기준 연비는 10.4km/l로 이전 대비 소폭 올랐다. 새로 탑재한 스탑앤고 시스템도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배기량을 낮추자 자연스레 세금도 줄었다. 구입 첫해 기준, 기존에는 배기량 2,360cc로 연간 61만3,600원을 냈어야 했다. 1,332cc로 배기량을 덜어낸 지금은 단 24만2,420원만 내면 된다. 37만 원 이상 절약하는 셈이다. 비율로 따지면 2.4L 대비 39.5% 수준. 참고로 자동차세는 구입 후 매년 5%씩 최대 50%까지 줄어든다. 수천만 원짜리 차를 사면서 몇십만 원 걱정하는 게 이상할 수 있지만, 차를 운행하든 안 하든 내는 고정비이기 때문에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개방감, 아쉬운 주행성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파워트레인을 새로 바꿨지만 특출난 장점은 찾기 어렵다. 우선 터보랙이 심하다. 저배기량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차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터보랙을 체감하느니, 지그시 눌러 부드럽게 가속하는 편이 훨씬 낫다. 변속기는 무난하게 움직인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변속 충격이 적어 일상 용도로 사용하기 적합하다. 대신 스포티한 주행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변속 속도가 빠르지 않고 다운 시트프는 특히 느리다. 또, 패들 시프트도 없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아쉬운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엔진음은 디젤처럼 걸걸하다. 소리도 꽤 큰 편이지만 질감 자체가 매끄럽지 않다. 랭글러 등에 사용하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도 그렇지만, 1.3L 엔진은 소음이 더욱 심하다. 이런 특성은 발진 혹은 추월 등의 상황에서 두드러진다. 급가속을 지양하면 한결 낫지만, 그럼에도 이따금씩 거슬리는 경우가 생긴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가속 시 비교적 높은 엔진 회전수를 사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주행 속도와 상관없이 2,000rpm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자연스레 변속기도 낮은 단수를 물고 놓지 않는데, 웬만큼 부드럽게 주행해도 7단을 넘어서지 못한다. 즉, 8단과 9단은 고속 주행에서도 구경하기가 힘들다. 항속용 기어 활용도가 낮다는 점은 연비를 높이는데 단점이 될 수 있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자연스레 항속거리에 대한 걱정이 생긴다. FWD 기준으로 복합 연비는 10.4km/l, 연료 탱크 용량은 48L다.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기름 가득 넣고 약 500km를 움직일 수 있다. 실제 막히는 시내 주행이 포함된 약 270km 구간에서 평균 연비는 8.0km/l를 가리켰고, 주유계 바늘은 1/4 지점 근처까지 내려와 있었다. 참고로 레니게이드 1.3 FWD에는 주행 중 기어를 중립(N)으로 바꾸는 코스팅 기능은 물론, 에코/노멀/스포츠 등으로 이루어진 드라이브 모드, 험로 주파를 위한 터레인 모드 등도 없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레니게이드는 1세대 출시 초기 ‘잭나이프’ 현상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잭나이프는 주행 중 급제동을 하면 차체 무게중심이 과도하게 앞으로 쏠려 뒷바퀴가 들리는 현상이다. 이에 지프는 연식 변경 모델을 통해 해당 결함을 수정했다. 현재 모델은 무난한 브레이크 성능을 가졌다. 급제동 시 차체 밸런스도 동급 평균 수준이다. 대신 직진 안정성은 별로다. 노면을 타는듯한 느낌도 든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스티어링 휠을 움직여야 한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승차감은 다소 단단하고 통통 튄다. 특히 큰 요철 넘을 땐 강한 충격과 함께 소음도 들어온다. 이 같은 승차감을 만드는 데에는 단단한 시트가 한몫한다. 물론 시트가 단단하다고 해서 무조건 승차감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차체 하부에서 오는 충격을 서스펜션이 잘 흡수한다면, 단단한 시트가 장거리 주행 등에서 더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레니게이드의 서스펜션은 충격을 세련되게 넘지 못한다. 이와 함께 리미티드 트림에 들어간 18인치 휠/타이어도 승차감을 단단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운전하며 느낀 장점은 시야가 좋고 개방감 또한 훌륭하다는 점이다. 소형 차급이지만 정통 SUV다운 2-박스 디자인과 높은 차체 덕에 시원스러운 시트 포지션을 제공한다. 네모반듯한 옆 창문과 뒷좌석 머리 위까지 열리는 파노라마 루프는 동승자가 답답하거나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돕는다. 게다가 파노라마 루프는 열리는 크기마저 크다. 트렁크 공간도 525~1,440L로 차체 대비 널찍하다. 대신 지프 브랜드의 최대 강점인 험로 주파 능력은 떨어진다. 앞바퀴굴림 모델이며 앞서 말했듯 별도의 드라이브 모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 올 하반기 내 4WD 모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니, 오프로드 주행이 필요한 분들은 조금 더 기다리는 편이 좋겠다.
일부 옵션 개선, 하지만 빠진 기능도 많아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레니게이드 1.3을 출시하며 파워트레인 외 다른 옵션들도 일부 손을 봤다. 사이드미러는 무광 은색으로, 휠은 까맣게 칠해 보다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운전석에는 전동시트를 넣었다. 뒷좌석은 6:4가 아닌 4:2:4 폴딩 방식을 취해 긴 짐을 넣고도 4인 탑승이 원활해졌다. 이 밖에 트렁크 가림막과 스페어타이어 등도 추가했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하지만 빠진 기능도 많다. 우선 안팎에 LED를 찾아보기 힘들다. 주간주행등부터 전조등, 방향지시등, 브레이크등 모두 할로겐등을 사용했다. 이제는 빛나는 엔젤링과 테일램프 ‘X’자 그래픽을 볼 수 없다. 실내등도 모두 누런 전구다. LED 옵션이 빠진 건 반도체 수급난 때문이며, 2021년형 중 올해 초 출고 물량부터 바뀌었다고 한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옵션 구성 역시 아쉬움이 많다. 주차를 돕는 전방 센서를 넣은 점은 좋지만, 후방카메라 화질은 10년 전 수준이다. 특히, 지하주차장 등 어두운 곳에서는 노이즈가 심하게 생긴다. 중앙 인포테인먼트 장치는 화질이나반응성이 괜찮지만 메뉴 구성이 단출하다. 이 같은 불만은 소위 ‘끝물’ 모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프는 올 초 이미 부분변경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운전자에게 도움 주는 주행 및 안전 옵션도 부족하다. 이제는 국산 경차에도 들어가는 차선 이탈 경고 및 방지 기능도 없고 크루즈 컨트롤도 기본형이다. 상위 트림인 리미티드에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정도가 들어갈 뿐이다. 또,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들어갔지만 오토홀드가 없어 정차 시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어야 한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가격은 많이 올랐다. 론지튜드가 4,190만 원, 리미티드는 4,540만 원이다. 2021년형 2.4L 모델과 비교하면 약 4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2020년형에서 2021년형으로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자신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선언하고 있는 지프답다. 물론 계속된 원자잿값 상승으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실정이긴 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실구매 시 할인 폭이 꽤 높다는 점이다. 일선 전시장에 문의한 결과, 두 트림 모두400만 원 이상 할인받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모플시승] 엔진만 바뀐 게 아니었어? 지프 레니게이드 1.3 FWD
더 이상 레니게이드는 가성비로 사는 차가 아니다. 가격은 독일 프리미엄 모델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2022년형 모델을 선보이며 파워트레인까지 바꿨지만, 시승 결과 매력 포인트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차를 살만한 이유는 지프가 가진 특유의 감성이다. 여전히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곳곳에 숨긴 디테일은 구매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부분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