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C AION
중국자동차 회사들의 세계화 전략이 유럽과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속속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
29일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 자동차들은 6월 한달 간 유럽에 2만3천여대의 신규 자동차 수입등록을 마쳤다. 이는 유럽 연합(EU)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로 무려 11%를 차지한 것. 역대 최대 규모다. 전월인 5월과 비교하면 무려 58%나 폭증한 것으로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 등록 증가율보다 2개 가까이 높다.
EU에 중국자동차 브랜드들이 약진을 한 원인에 대해선 곧 이어질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른바 ‘밀어내기’전략을 취한 것으로도 분석한다. 하지만 관세로 약화될 무역량 하락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보복관세가 볼보자동차와 테슬라, BMW 등 유럽업체들에게도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보태어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막대한 판촉 인센티브를 현지판매사들에게 제시하고 있고 관세를 피하기 위한 유럽 내 공장 건설도 수개월 내에 완성할 예정이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
중국자동차 브랜드들의 활약은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눈부시다. 특히 동남아시아 자동차 시장의 허브이자 최대 시장인 태국에서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자동차 브랜드들은 올해만 3개사가 추가 진출했는데, 앞서 진출한 6개사에 더해 9개 브랜드가 진출하는 셈이다. 비야디·창청·SAIC뿐 아니라 광저우(廣州)자동차그룹(GAC)의 아이온(埃安·Aion)·허중신(合衆新)차의 네타(NETA·那咤)·체리(奇瑞) 등 6개사가 진출해 있고, 올해 3개사가 추가로 진출한다. 이미 진출한 기업들은 대부분 태국에 공장을 건설했거나 건설 중이다.
중국차의 약진은 일본자동차 브랜드에 곧바로 타격을 입혔다. 2022년 태국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일본차 비중은 86%였는데, 지난해 75%로 크게 떨어졌다. 대신 비야디(比亞迪·BYD)·창청(長城)·상하이(上海)차(SAIC) 등 중국 전기차가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고 NYT는 전했다. 니혼게이자아(日本經濟)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 내 전기차 판매의 85%를 중국차가 차지했다.
태국시장을 중국자동차 브랜드들이 동남아시장의 교두보로 삼은 것은 자동차 가격이 낮기 때문에 중국 브랜드에 적합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태국은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 불릴 정도로 여타 동남아 시장과도 가까운데다 중국과도 지리적으로 멀지 않다.
샤오펑 싱가포르 팝업 스토어
태국 내에서 일본차를 판매하던 판매사들도 속속 중국자동차들로 판매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44개의 전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V그룹은 일본 스즈키와 마쓰다, 미쓰비시와 거래를 중단했다. 대신 체리, 아이온, 네타, 지리 등 중국차를 판매하기로 했다.
중국의 세계화 전략은 ‘속도전’이다. 시장을 파악한 이후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런 전략은 중국 내에서 소매 판매가 줄더라도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이익을 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중국 승용차 협회에 따르면 중국 내 소매판매량은 모두 173만대로 추산했다. 전년 대비 2% 감소한 수치다. 중국 내에선 신에너지차 즉 전기차와 PHEV 등 친환경차가 증가하고 있어 감소세가 늦춰졌다고 분석했다. 이와 반대로 중국 자동차 브랜드 상위 10개사들은 대부분 성장세를 유지했다.
인천에서 포착된 샤오펑 P5
이제 중국자동차들은 아프리카와 동유럽 국가까지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동풍자동차가 보야(VOYAH) 브랜드로 카스피해 연안국가인 아제르바이잔에 현지업체와 손잡고 차량 100대를 출고했다. 샤오펑은 싱가포르에 시장진출을 29일 발표했고 GAC는 AION으로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국내에도 글로벌 완성차 판매 10위권의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지리그룹)이 SK그룹 사옥을 방문하며 전기차·배터리 분야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리자동차 기술·연구개발(R&D)·해외협력 담당 경영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 SK서린사옥을 방문했다. 지리자동차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의 최고경영진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측에서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이들은 맞이했다. 양 사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주로 만드는 저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아닌 SK온 등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에 관해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YD 전기 버스
2017년 중국은 해외투자에 정점을 찍었다. 이후 팬데믹으로 급격히 줄었지만 지난해 점차 숫자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해외투자 규모는 최근 정점에 육박하는 규모까지 커졌다. 이 가운데 지난 5년 동안 운송 분야 투자의 78%가 자동차 산업에 투입됐다. 이러한 분포는 사실상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의 투자방향은 유럽과 북미보다는 동남아 아세안 회원국과 남미지역으로 쏠리고 있다. 미중 갈등 그리고 유럽연합의 관세 대응이 원인으로 손꼽힌다. 이를 비율로 살펴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유럽과 북미 투자를 각각 27%와 5% 아래로 낮추면서 아세안 지역과 남미는 각각 14%에서 24%, 8%에서 16%로 두배로 늘렸다. 유럽과 북미는 관계개선을 아세안과 남미는 시장확장을 지향하는 것이다.
BYD 300번째 매장
한국도 이런 상황에서 큰 틀로 보면 시장확장의 대상국이다. 중국 전기차 회사 BYD(비야디)가 대표적이다. BYD는 한국 판매를 위한 전시장 임대 계약을 맺는 등 국내 판매 네트워크 확보에 나섰다. BYD는 올해 전국 20곳, 2026년까지 70곳의 전시장을 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