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흘러간다는 이론이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링컨과 케네디가 같은 운명을 겪었다는 주장이 바로 평행이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BMW M카에도 이런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M카 평행이론의 주인공은 최신 G87 M2와 M의 시작을 알린 E30 M3다. 이 둘은 묘하게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실 M2와 M3는 엄연히 다르다. 형과 동생처럼 서열이 존재하는 사이. 하지만, M 역사의 출발선에 선 1세대 M3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 M3는 지금의 M3와 많은 부분이 다르다. M 배지를 달고 고성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부분이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M3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힘은 한층 더 강력해졌지만, 다루기는 매우 편하다. 또한 가족과 함께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덩치도 커졌습니다. 거기에 안전 및 편의 장비는 플래그십 모델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둘의 평행이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E30 M3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E30 M3는 1986년 2세대 3시리즈를 밑바탕에 두고 탄생한 모델이다. 여기에는 탄생 비화가 숨겨져 있다. 당시 BMW 모터스포츠는 DTM 경기에 참가하길 원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이 길을 막았다. 5,000대 이상 팔린 양산형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호몰로게이션 규정을 지켜야만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었기 때문.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BMW는 1981년부터 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개발에 매진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3시리즈 플랫폼을 바탕으로 완성된 E30 M3다.
이제는 M2의 이야기다. M2의 시작은 몇몇 엔지니어가 프로젝트 성격으로 개발했던 1M에서 시작됐다. 한정판으로 나왔던 M1은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웃돈을 얹고서 소유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이에 BMW는 2016년 1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바로 1M과 비슷한 사이즈의 M2의 출시 소식이었다. 1M의 후속 모델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M2는 크기와 출력 등 여러 부분을 봤을 때, 정통적인 C 세그먼트의 M 쿠페의 헤리티지를 그대로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C 세그먼트의 M 쿠페는 바로 E30 M3를 말한다. 가장 완성도 높은 M카의 DNA를 버리지 않고 계승한 것. 재미있는 사실은 1세대 M2가 탄생했을 때 공개된 광고에는 E30 M3가 함께 등장했다. 이는 M2와 M3의 평행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1세대 M3와 M2의 평행이론의 시작은 차체 크기다. 데일리 세단으로도 손색이 없는 신형 M3와 달리 2세대 M2는 운전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덩치를 많이 부풀리지 않았다. E30 M3 역시 그렇다. 콤팩트하고 가벼운 무게, 그리고 밸런스가 뛰어난 모델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잡지인 ‘스포츠카 인터내셔널(Sports Car International)’은 2004년 E30 M3를 1980년대 최고의 스포츠카 6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2007년에는 ‘오토모빌 매거진(Automobile magazine)’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자동차 5대에도 이름을 올리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1세대 M3의 덩치를 살펴보면 길이는 약 4,321mm였고, 너비와 높이는 각각 1,651mm, 1,369mm였다. 휠베이스는 2,570mm다. 무게는 1,300kg 남짓이었다. M2 역시 E30 M3와 비슷한 차체 크기를 가지고 있다. 2세대 M2의 차체 길이는 4,580mm이고, 너비는 1,885mm다. 높이와 휠베이스는 각각 1,405mm, 2,745mm다. 40년가량 앞서 활동했던 1세대 M3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덩치를 충분히 키울 수 있었지만, M만의 운전 재미를 포기하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강력한 심장 역시 평행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1세대 M3는 직렬 2.4L 자연흡기 S14 엔진을 품고 있었다. 변속기는 5단 수동이 맞물렸다. 당시 M3는 190마력이 넘는 힘으로 바퀴를 굴렸다. 고회전 영역까지 엔진을 돌리는 것도 가능했다. 이후 한정판으로 등장했던 스포츠 에볼루션의 경우에는 배기량을 2.5L로 늘리고 하이캠을 장착해 최고출력을 258마력까지 끌어올렸다. 당시를 생각하면 C 세그먼트 쿠페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이지 않을까 싶다.
2세대 M2 역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졌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M2 컴페티션의 3.0L 직렬 6기통 M 트윈파워 터보 심장은 무려 460마력이라는 성능을 쏟아냈다. 게다가 트랙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해 새롭게 설계된 냉각 및 오일 공급 시스템을 장착했고, M 트랙션 컨트롤, 액티브 M 디퍼렌셜, M 다이내믹 모드 등을 적용했다. 1세대 M3와 M2의 성능 차이는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여기에도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바로 C 세그먼트 쿠페의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내는 모델이란 사실이다.
디자인에서도 두 모델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도어 유리와 후석 창문의 크기다. 일반적으로 고성능 쿠페는 시각적 이미지와 공기 역학 성능을 고려해 루프라인이 상당히 낮게 흐른다. 이 때문에 유리 면적이 작게 디자인됐다. 하지만, M2와 1세대 M3는 그렇지 않다. 머리 공간을 확보하기 충분한 루프라인과 넓은 유리 면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직선을 강조한 간결한 디자인 언어 역시 시공간을 허무는 요소다.
과거와 현재를 완벽히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시 고성능을 향한 질주는 현재에도 동일하게 존재한다. 남다른 고성능, 남다른 운전 재미, 남다른 디자인 등 BMW M은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