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특유의 운전 재미는 엔진에서 출발한다. 멋진 디자인과 입이 떡 벌어지는 최신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엔진 성능이 받쳐주지 않으면 자동차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마련이다. BMW는 엔진 잘 만들기로 소문난 브랜드다. 세단부터, 해치백, 고성능 차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런 이유 덕분이다.
그렇게 완성한 BMW 엔진에는 이름이 붙는다. 3시리즈와 5시리즈 등 완성차의 세대별로 코드 네임이 붙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표적인 예로 BMW 엔진 이름을 ‘N54’ 혹은 ‘S58’과 같이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엔진 코드 네임에는 엔진의 구조와 특성 등을 나타내는 정보가 담겨있다. 규칙만 알면 엔진의 성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BMW는 엔진을 독자 개발하면서 알파벳과 숫자 조합의 코드 네임을 붙였다. 따라서 처음 코드 네임이 붙은 엔진은 최초로 독자 개발한 4기통 ‘M10’이다. 이후 엔진 개발을 거듭하면서 M41, M42, M44 등이 등장했다. 엔진에 붙여진 코드 네임을 보면 최초의 독자 개발 엔진에는 알파벳 ‘M’을 사용했다.
이후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면서 ‘New Generation’의 앞 글자를 따 ‘N’을 붙였다. 이후 모듈러 형태로 엔진 개발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알파벳 ‘B’가 붙는다. 아울러 ‘S’, ‘P’, ‘W’를 코드 네임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각각 고성능 M, 모터스포츠용 외부에서 공급받은 엔진을 뜻한다.
BMW를 구매하고 받은 자동차 등록증에는 이보다 더 복잡한 코드 네임이 적힌 걸 발견할 수 있다. 총 7자리로 나열한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이 그것. 맨 앞 세 글자는 앞서 설명한 엔진 명을 나타낸다. 당연하게도 이 모든 글자엔 의미가 숨어있다.
예를 들어 ‘B47D20A’라는 코드 네임이 있다고 가정하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맨 앞에 쓰인 알파벳 B는 2016년 이후부터 사용한 모듈러 형태의 엔진을 의미한다. 뒤에 붙는 숫자 4는 피스톤의 수다. 즉, 직렬 4기통을 뜻한다. 이 숫자는 실린더 수와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3은 직렬 3기통, 5는 직렬 6기통, 6은 V형 8기통, 7은 V형 12기통, 8은 V형 10기통을 나타낸다.
눈썰미가 좋다면 숫자 5부터 실린더 수와 일치하지 않는 걸 발견할 수 있다. BMW 엔진 라인업에는 5기통 엔진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V형 12기통 엔진이 만들어진 후에 E60 M5와 E63/64 M6에 탑재하기 위한 V형 10기통 엔진을 개발했기 때문에 숫자 7은 V형 12기통을, 숫자 8은 V형 10기통을 의미한다.
실린더를 나타내는 숫자 뒤에는 엔진의 기술적 특징을 나타내는 숫자가 붙는다. B 엔진의 경우 6, 7, 8 숫자를 사용한다. 이 숫자들은 각각 SULEV 기능을 적용한 가솔린, 디젤 직분사, 가솔린 직분사를 의미한다. 예시처럼, 7이 붙었다면 디젤 직분사 엔진이라는 뜻이다.
그 뒤에 붙는 알파벳은 엔진의 배치와 유종을 의미한다. A는 가로 배치 가솔린을 뜻하고, B는 세로 배치 가솔린, C는 가로 배치 디젤, D는 세로 배치 디젤, K는 미드십 가솔린, E는 전기차를 의미한다. 예시로 든 코드 네임은 세로 배치 디젤의 코드네임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끝에 붙은 알파벳 ‘A’는 엔진의 버전을 뜻한다. 위 코드 네임에 쓰인 A는 최초 모델임을 나타낸다. 이후 개선한 엔진의 경우 B, C 등 알파벳을 순서대로 사용한다. 과거 N 엔진의 경우에는 개선 버전을 숫자로 표기하기도 했다. 이때 0이 최초 버전이고, 1부터 9까지 숫자를 사용해 이후 버전을 표기했다.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하면, ‘B47D20A’는 ‘초기 버전의 직렬 4기통 2.0리터 세로 배치한 디젤 엔진이고 모듈러 방식으로 제작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BMW는 코드 네임 규칙을 통해 엔진의 구성과 성능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까지, BMW가 엔진에 담긴 정보를 7가지 알파벳과 숫자 조합으로 표기한다는 걸 알아봤다. 오늘 알아본 BMW 엔진 코드 네임 규칙을 통해 내 차에 담긴 엔진 방식을 해석해 보며 더욱 즐거운 자동차 생활을 즐길 수 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