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티포시(페라리의 광팬)들이 앞으로 10년간 보게될 페라리의 변화는 지난 역사에서 가장 낯선 것이 될 것이 분명하다. 페라리 SUV와 페라리 전기차 때문이다. 엔초 페라리가 펄쩍 뛸 소리지만 이젠 12기통 엔진을 단 페라리 따윈 설 자리가 없어졌다. 배기가스 배출 기준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는 F244와 F245를 통해 전기차 변신하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 처럼 보인다. 최근 전기차와 관련한 여러 특허가 바로 그 증거다. 페라리 전기차에 관해 지금까지 알려진 거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페라리 SUV 렌더링
페라리는 알려진 것 처럼 2024년 하반기 혹은 2025년 최초의 페라리 SUV를 선보이고 곧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프레라 프로산궤가 페라리 첫 전기차로 가장 유력한 상황. 모델명으로 보면 2024년 말에 페라리 F244가 그 다음해에는 F245가 데뷔한다. 이 차는 순수 전기차로 페라리 전기차 라인업의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의 중요 부품은 배터리와 전기모터. 특히 배터리 전지에 어떤 물질이 들어갈 지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솔리드 파워의 1세대 전고체 배터리(ASSB) 프로토타입까지 거론하며 최고의 기술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 전문가들은 이 기술의 상용화 시기를 2028년 경으로 보기 때문에 페라리는 더 높아진 셀 밀도 버전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출시할 가능성이 더 크다.
페라리 전기차 관련 특허 이미지
페라리는 USPTO에 몇 가지 전기차와 관련한 특허를 출원했는데, 눈에 띄는 점은 배터리 위치다. 기존 미드십 방식의 엔진구조 장점을 그대로 살린 배터리 팩 위치는 기존 미드십 페라리와 유사한 운전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특허 이미지에 드러난 페라리 배터리 적층 구조는 BT1과 BT2가 전후면 배터리 팩 구조를 이루는 현행 F1 레이스카의 것을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변경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페라리는 여전히 F1에서 경험을 그대로 활용하는 셈이다. 페라리 F244와 F245의 배터리 팩은 원통형 셀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BT1과 BT2가 동일한 구성일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페라리 SUV
유럽 자동차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페라리 전기차는 쿼드 모터 설정까지 적용할 예정이다. 쿼드 모터 설정은 각 휠에 모터가 있고, 고속 코너링을 위한 능동형 토크 벡터링을 제공한다. 출력은 610마력부터 출발하는데, 페라리가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지 경쟁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페라리 전기차 시대를 열 F244는 지금 한창 위장막을 두르고 테스트 중인 SF90 스트라달레에 들어간 축방향 자속 전기모터(Axial Flux motor)가 마찬가지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영국의 전기차용 모터 제조사 ‘야사(YASA)’가 개발한 것이다. 이 전기모터는 차기 버전이 특히 주목할 만 한데, 더 작고 가벼워져서 기존 전기차보다 토크 밀도를 최대 30%까지 향상되는 것이 핵심이다.
축방향 자속 전기모터
메르세데스-AMG가 비전 AMG 콘셉트에서 이 전기모터를 언급한 바 있을 뿐 아직 상용화한 곳은 없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관해 콕 짚어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고유한 구성’이라고만 언급했다. 참고로 메르세데스-AMG가 비전 AMG 콘셉트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한 시기가 2025년인데 페라리 F244는 그보다 더 빠른 2024년 하반기로 못 박았다.
그 이유는 최근 F1 포디움에 어떤 팀이 자주 올라가는지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페라리가 이 기술을 먼저 적용하려고 하자 메르세데스 벤츠가 ‘야사’에 지분투자를 했다)
페라리는 전기차를 내놓고 난 이후부터 2년마다 전력 밀도를 10%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밝혔다. 전력 밀도를 높이기 위해 냉각기능을 개선하고 전도성이 강한 재료로 꾸준히 교체하는 한편, 절연재료와 전기모터의 자성구조도 개선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
생산은 이탈리아 북동부 마라넬로 공장에서 거의 모든 것이 이루어지며, 페라리 본사에 ‘e-빌딩’을 추가로 신설해 EV 모터와 인버터, 배터리 조립과 같은 R&D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페라리 비냐 CEO는 전기차와 관련해 역대 페라리 CEO 가운데 가장 호의적이다. 지금까지 루카 디 몬테제몰로나 세르지오 마르키오네나 페라리 전직CEO들은 전기차에 관한 견해를 물으면 ‘끔찍하다’, ‘페라리가 아니라’, 전기로 움직이는 페라리는 나오지 않는다’ 라며 반대를 넘어 혐오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
앞선 페라리 CEO들과는 달리 지금의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는 마라넬로 본사에서 주주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페라리 캐피탈 데이’ 행사를 열고 “2026년 전체 출고차의 5%를, 2030년에는 40%를 전기차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페라리가 구체적 전기차 사업 계획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비냐 CEO는 3차원 모션 센서를 발명한 공학도 출신으로, 유럽 반도체 기업 ST마이크로닉스의 아날로그 반도체 부문 대표를 맡다가 2021년 9월 페라리에 전격 영입됐다. 역대 가장 진취적인 전동화 CEO로 그를 꼽는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페라리는 그 구성원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브랜드임이 증명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