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모터스포츠 및 고성능 모델 전담부서인 BMW M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지난 시간에는 M1에 대해 알아봤는데, 이번 시간에는 ‘Wolf in Sheep Clothing’, ‘Beast in a Suit’, 단정한 비즈니스 세단 속에 감춰진 폭발적인 성능, BMW M5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BMW M1
BMW 모터스포츠는 BMW 최초의 미드십 슈퍼카 M1의 힘들었던 개발과 생산을 거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독자적인 개발로 퓨어 레이스카를 만들어보겠다던 BMW 모터스포츠의 큰 야망은 이를 계기를 한풀 꺾이게 된다. M1의 개발과 생산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BMW는 현재까지 미드십 슈퍼카 모델을 생산하고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조금만 더 이를 악물고 버텼다면 M1의 후속작들이 지금까지 활약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매우 아쉽다.
BMW 3.0 CSL
아무튼 BMW 모터스포츠는 독자적인 모델 개발에서 양산차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 모델 개발로 노선을 조정하게 된다. 1970년대 유로피언 투어링카 챔피언십을 주름잡던 3.0 CSL의 성공신화를 다시 이어 나가겠다는 뜻이었다. 또한 당시 BMW는 1980년대 엔진규정이 바뀐 F1에 엔진공급사로 참여하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어 M1과 같은 모든 부분을 독자 개발해야 하는 모델을 만들 여유가 없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BMW M5가 탄생하게 된다.
‘M5’란 이름을 사용한 M5는 1985년 2세대 5시리즈(E28)를 바탕으로 만든 모델이 처음이다. 하지만 고성능 자동차를 원하는 시장 수요에 적극 발맞춰 양산모델을 바탕으로 일반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는 고성능 자동차를 만든다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M모델은 1980년 1세대 5시리즈(E12)를 바탕으로 개발한 M535i다.
1세대 BMW 5시리즈
M535i야 말로 M5 뿐 아니라 전세계 도로를 누비는 다양한 M모델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전까지 BMW에서 고성능 모델이라 함은 레이스카나 슈퍼카(M1), 레이스 호몰로게이션을 맞추기 위한 자동차가 전부였고,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개념의 고성능 자동차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작명법은 지금의 M모델과 다르지만(M퍼포먼스 모델 같지만) M535i를 M모델로 반드시 챙겨 넣어야 할 이유다.
BMW M535i
초기 M모델인 M535i에는 당시 기준으로도 성능이 그리 높지 않은 직렬 6기통 3.5L엔진이 사용됐다. 출력은 218마력쯤으로 낮았지만 BMW 모터스포츠에서 세팅한 섀시와 뒷차축 LSD적용, 에어댐, 리어 스포일러 등의 공력강화 부품을 사용해 BMW 특유의 직관적인 핸들링 감각을 지녔다. 또한 실내에는 M1과 동일한 스티어링 휠, 레카로(Recaro) 시트를 장착했다.
왼쪽부터 1세대~5세대까지의 M5
M535i는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일반도로용 자동차의 테스트 베드(Test Bed)로써 훌륭한 역할을 했고, 성공적인 시장반응으로 BMW에게 M모델 개발과 판매 대한 청신호를 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 청신호를 바탕으로 1984년 드디어 ‘양의 탈을 쓴 늑대’, M5의 역사가 시작된다.
1세대 M5(E28)
앞서 언급한대로 M5의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모델은 2세대 5시리즈(E28)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파워가 부족했던 M535i와 달리 M의 명성에 맞게 강력한 파워트레인이 장착됐다. 1세대 M5(E28)에는 M1에 사용됐던 직렬 6기통 3.5L엔진과 5단 수동기어가 사용돼 최고출력 286마력(유럽모델 기준, 북미모델은 259마력)을 자랑했다.
1세대 M5의 실내
이는 당시 4도어 세단 기준으로 엄청난 성능인데, 1세대 M5의 0→100km/h 도달시간은 6.5초, 최고속도는 245km/h에 이른다. 1세대 M5는 당시 판매중인 BMW 518i와 비교해 엔진출력은 무려 3배나 높았고 출시되자 마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세단으로 등극했다. 또한 수제작방식으로 총 2,200여대만 제작됐다. BMW 모델 중 희귀한 축에 속해 클래식카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1세대 M5의 성공을 바탕으로 1986년 출시된 BMW M3(E30)
1세대 M5의 긍정적인 시장반응으로 BMW 모터스포츠는 콤팩트 스포츠세단의 기준이라 불리는 BMW 3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M모델, M3(E30)를 1986년 출시하게 된다. M3는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고, ‘Win on Sunday, Sell on Monday’전략이 먹혀 들며 시장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M5, M3의 연타석 홈런으로 BMW 모터스포츠는 생산기지를 지금의 독일 뮌헨으로 확장·이동해 더욱 많은 M모델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6세대 M5(F90) LCI
현재 BMW의 모든 M모델을 있게 한 M5는 그후 세대 체인지마다 더욱 강력한 성능과 신기술을 품고 시장을 놀라게 했다. 특히 M5는 초기 BMW 모터스포츠의 테스트 베드로 활약한 경험으로 어떠한 M모델보다 먼저 최신 기술이 적용된다. 3세대 M5(E39)부터 머슬카의 상징인 V8기통엔진을 처음 적용했고, 4세대 M5(E60)는 기존의 수동변속기에서 최초로 자동 7단변속기를 M모델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또한 4세대 M5에는 당시 BMW가 F1에 공급한 V10엔진을 사용해 500마력 이상의 강력한 성능을 보여줬다.
6세대 M5(F90) LCI
가장 최근 모델인 6세대 M5(F90)에도 역시 여러 첨단 주행보조 및 안전장비들을 갖췄는데, 그 중 가장 특별한 기술은 BMW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xDrive를 M모델에 맞게 세팅한 M xDrive 기술이다. 이 기술의 적용으로 6세대 M5는 기존 뒷바퀴굴림에서 상시네바퀴굴림으로 변경됐지만 운전자의 세팅에 따라 모든 힘을 오롯이 뒷바퀴에만 보낼 수 있어 안정성과 역동성을 모두 챙겼다.
3.0 CSL과 M1의 노하우를 품고 탄생한 M5는 BMW 모터스포츠에게 서킷 밖의 새로운 시장을 알려준 계기가 된 모델이다. M5의 개발로 BMW 모터스포츠는 모터스포츠에 집중된 역량을 양산형 고성능 모델 개발에도 분산시키게 된다. 또한 후에 BMW 모터스포츠가 BMW M으로 이름을 바꾸고 모터스포츠와 양산형 고성능 모델 부서로 나뉘게 되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