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연결해준 오작교을 아시나요? 둘의 만남을 위해 까치와 까마귀가 은하수에 놓는다는 다리입니다. 자동차에도 이런 오작교 역할을 하는 부품이 있습니다. 바로 변속기죠. 변속기가 없다면 엔진이 아무리 강한 힘을 쏟아내더라도 바퀴를 굴릴 수 없습니다. 변속기는 자동차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자동차 변속기는 엔진 동력을 속도에 따라 필요한 회전력으로 변환해 바퀴로 전달하는 장치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변속기는 엔진 뒤쪽에 맞물리는 데 구성을 보면 클러치와 토크 컨버터, 시프트로드, 싱크로나이저, 유성기어, 시프트 포크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부품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주행 상황에 맞게 엔진 회전수를 변환하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성능은 물론 효율과 소음, 진동까지 제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계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변속기 역시 함께 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반적인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라도 물건을 싣고 다니는 트럭과 고성능 자동차에 맞게 설정을 달리해 최적의 성능을 끌어내는 것이죠. 높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친환경자동차도 성격에 맞는 변속기를 탑재합니다. 등산을 할 때는 등산화를, 정장에는 구두를 신는 이치와 같은 셈이죠.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변속기는 자동차 종류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뉩니다. 엔진의 힘을 가장 효율적으로 바퀴로 전달할 수 있도록 ‘변속기(Transmission)’라는 오작교를 놓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변속기는 어떤 종류가 있고, 방식마다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수동변속기
가장 먼저 변속기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수동변속기(Manual Transmission)’입니다. 말 그대로 운전자가 직접 변속을 하는 방식입니다. 요즘에는 자동변속기가 대중화되었지만, 1970~1980년대에만 해도 대부분 자동차는 수동변속기를 달고 있었습니다. 수동 변속기는 클러치와 종감속, 차동장치 사이에 위치하는데요, 엔진의 운동을 주행상황에 맞게 운전자가 직접 클러치 페달을 밟고 엔진회전수 및 속도에 맞는 기어를 직접 물리는 방식입니다. 수동변속기는 구조에 따라 섭동기어식, 상시치합식, 동기치합식 등으로 나뉩니다.
수동변속기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구조상 자동변속기 대비 구조가 간단해 고장이 적고, 클러치 디스크와 클러치 압력판을 직접 맞물려 동력 전달 효율이 높습니다. 또한 무게가 가볍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직접 클러치 조작을 하기 때문에 클러치 마모를 신경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성상 손발이 바삐 움직여야 해서 다소 불편하기도 하지만, 마니아들은 직접 변속 레버를 조작하는 부분에서 운전의 재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ZF제 7단 자동미션
두 번째는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자동변속기(Automatic Transmission)’입니다. 보편화되기 전 자동변속기는 고급 자동차에나 적용되는 옵션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장애인만 제한적으로 취득할 수 있었던 2종 보통 자동변속기 면허를 일반인들도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점차 보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변속기는 크게 토크컨버터, 마찰 클러치, 유성기어장치, 변속제어기구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토크컨버터는 유체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토크를 자동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동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적고 부드럽게 기어를 바꿔 문다는 장점을 가졌습니다. 게다가 수동변속기처럼 클러치 페달을 밟고 기어 레버를 일일이 조작할 필요가 없기도 하죠.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변속기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4단 혹은 5단에 불과했던 자동변속기는 최근에는 8단, 10단 등 기어의 다단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니의 경우 8단 자동과 7단 DCT를 탑재해 사용 편의성은 물론 효율, 성능까지 모두 잡았습니다.
현대차 듀얼클러치 변속기
변속기의 발전은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 장점을 한데 버무린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를 탄생시켰습니다. 구조는 수동변속기와 비슷해 수동변속기처럼 동력 전달 효율성과 직결감이 높은 것이 장점입니다. 여기에 빠른 변속 속도와 효율성도 DCT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개의 클러치가 홀수기어와 짝수기어에 각각 장착되어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1단 기어를 물고 달리고 있을 때 이미 짝수기어 클러치가 변속 준비를 하고 바로 2단 기어로 변속하는 방식입니다.
DCT는 구조에 따라 ‘건식’과 ‘습식’으로 구분됩니다. 건식 DCT의 경우 다판클러치를 사용해 변속 시 발생하는 마찰열을 공기로 식혀줍니다. 구조가 단순해 부피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효율성 측면에서도 큰 이점을 가지고 있는 방식이죠. 반대로, 습식 DCT는 유압 펌프로 끌어 올린 오일이 다판클러치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발생한 열을 식혀주는데요, 특성상 마찰과 변속 충격 등이 적고, 대응할 수 있는 토크가 높은 이유로 고성능 모델에 주로 적용됩니다.
CVT
마지막으로 ‘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입니다. CVT는 자동변속기 종류 중 하나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움직임은 완전히 딴 판입니다. 기어와 기어가 맞물리는 방식인 일반 변속기와 달리 별도의 기어가 없기 때문입니다. CVT는 다른 말로 ‘무단변속기’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기어 단수가 없는 것이죠. CVT는 구조적 특성에 따라 ‘가변지름풀리 방식(VDP)’과 ‘트로이덜 방식’으로 나뉩니다. 기본적으로 두 개의 풀리를 하나의 벨트로 연결한 구성입니다.
CVT
풀리는 엔진과 구동축에 각각 장착되며, 최적의 엔진 출력과 효율성이 발휘되는 엔진회전수에 맞춰 기어비를 가변적으로 조정합니다. CVT는 별도의 기어가 없기 때문에 변속 시 발생하는 동력 손실을 줄일 수 있고, 변속 충격 역시 없습니다. 게다가 자동변속기 대비 연료 효율성이 약 20% 이상 높으며, 배기가스 절감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연료 효율성을 강조한 친환경차 혹은 경차에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현존하는 내연기관은 우리 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변속기와 엔진은 아직 시대의 잔상으로 여길 정도까지 퇴물이 되진 않았죠. 올해도 내년에도 내연기관을 앞세운 신차 출시가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