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Ko Hyojoo Longboard Dancing
지난 주 시선을 끈 건 현대차가 선보인 E-GMP 전기차 플랫폼입니다. 올해 2월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와 손잡고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한 지 수개월 만에 선보인 건데요. 일명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고도 부르는 형태죠. 혹시 저 위 스케이트보드를 생각했다면? 맞아요. 저렇게 생겼습니다.
바로 이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형태가 마치 스케이트보드 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전동화 시대를 준비하며 만들었다고 하니 기대가 되죠. 게다가 내년에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CV는 바로 이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기차라고 하니 내년 상반기에 우리나라 곳곳에 퍼진 현대차의 지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겠죠.
현대차 E-GMP
그럼 이 스케이트보드 플랫폼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고, 현대차가 아닌 다른 브랜드들은 어떤 모습으로 선보일까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처음 현대적인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설계를 시작했을 때 그들의 접근 방식은 기존 내연기관차를 튜닝해서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붙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지금도 이런 차들은 중고차 사이트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고 신차로 시판중이기도 하죠. 기아 레이 전기차나 쉐보레 스파크 전기차도 있죠. 코나 EV는 주행거리도 든든해서 유럽에서 친환경차로 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요즘에 자꾸 불이 나서 조금 걱정이 많겠죠.
테슬라 모델 S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여튼 이런 식으로 전기차의 태동이 있었는데. 테슬라가 양산모델로는 처음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썼습니다. 물론 테슬라도 처음에는 기존 차를 튜닝해서 전기차를 만들었습니다. 로터스 엘리스 로드스터 섀시를 기반으로 전기 파워트레인을 집어넣어 전기차를 만들었죠. 테슬라 역사에서 로터스를 언급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죠.
2013년 테슬라는 모델 S에 차체 바닥에 대량의 배터리를 깔고 뒷바퀴를 굴려 차를 만드는 양산차를 내놓습니다. 이때 테슬라 디자이너가 프란츠 폰 홀츠하우센(Franz von Holzhausen)이라는 청년이었습니다. 창업자 엘론 머스크와 죽이 잘 맞았죠. 기존 자동차 산업의 복잡한 의사결정단계에 환멸을 느낀 둘은 그저 의견을 교환하고 작업실에서 뚝딱 증명하면 다음날 양산으로 판매까지 했습니다.
엘론 머스크와 프란츠 폰 홀츠하우센
프란츠 폰 홀츠하우센이 당시 고안한 스케이트 보드 플랫폼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고, 엘론 머스크 특유의 공격적인 프리젠테이션과 전기차라는 친환경 이미지까지 얻으며 테슬라는 단번에 자동차 산업의 애플이 됩니다. 혁신적 이미지를 거두어냅니다. 8년이 지난 지금 매출이 20배가 넘는 GM이나 토요타보다 기업가치는 4배가 더 높은 엄청난 기업이 됩니다.
2002 오토노미 콘셉트
스케이트 보드 플랫폼은 사실 GM이 2002년 오토노미(Autonomy)라는 콘셉트카 섀시가 가장 먼저였습니다. 휠베이스와 차체를 아무렇게나 얹어도 차가 될 수 있는 그야말로 당시로선 꿈의 차였죠. 하지만 안정환이 현역으로 공차고 반지에 키스하던 시절이니 너무 황당한 기술로 받아들여져 콘셉트로만 남습니다.
테슬라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하지만 이것을 실제 양산차로 만든 테슬라. 그리고 이후 들불처럼 여러 메이커에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으로 미래차들을 그려냈습니다. 가장 큰 흐름의 물고를 튼 건 독일의 폭스바겐 MEB (Modularer E-Antribs-Baukasten; i.e., Modular Electric Propulsion Platform)플랫폼입니다.
폭스바겐 EV 플랫폼
하지만 폭스바겐이 MEB를 처음 선보였을 때 주인공은 MQB(Modularer Quer-Baukasten)였습니다. 플랫폼의 모듈화를 말하면서 다양한 차종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로 나온 건데, MQB를 나중에 확장하면 MEB까지 나올 수 있다 뭐 이런 의미로서 MEB를 언급해서 본격적으로 전동화를 시작한 2018년까지는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우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여하튼 MEB로 본격적인 전동화 시대 플랫폼을 선보인 폭스바겐 이후 같은 지붕아래 아우디도 E-트론에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모양은 대체로 대동소이합니다. 물론 문과생이라 그렇게 보이긴 합니다만 이과생의 눈에 많은 차이가 있겠죠.
그렇지만 이후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엄청나게 많은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중 주목해야 할 회사는 미국 LA 소재의 ‘카누’입니다. 왜냐하면 2020년 2월 경에 현대차 기업이 이 카누와 함께 손을 잡고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뉴스가 나왔기 때문이죠.
카누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위에 얹히는 차체
카누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데, 사업기획이 좀 독특합니다. 여느 전기차 회사처럼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기차를 만드는데, 구독 서비스로 차를 공급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해서 차량 공유를 기반으로 사업모델을 확대한다는 전략이죠. 이들은 2020년 12월 17일 첫 상용 밴을 내놓겠다고 하니 앞으로 두고 봐야 할 회사임에 분명합니다.
플랫폼으로 다양하게 만드는 차종
현대차가 손을 잡은 카누는 전기차 플랫폼을 공동개발하고 현대차는 2020년 11월에 E-GMP라는 전기차 플랫폼을 내놓게 됩니다. 고성능-고속 충전 항속거리 500km 이상의 차세대 전기차를 표방하고 나왔습니다. 기능도 충실합니다. 18분에 80%가 충전될 뿐 아니라 0→100km/h 3.5초, 최고 속도 260km/h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모델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현대차 그룹 고성능의 아버지 비어만 사장은 곧바로 ‘E-GMP’ 기반 고성능차 내놓겠다고 미끼를 덥석 물었죠.
현대차 E-GMP
현대차는 E-GMP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전용 전기차 11종 포함해 총 23종 전기차를 출시하고 글로벌 연 100만대 보급을 다짐합니다. 연 100만대면 현대차 2019년 세계 판매량이 700만대 가량이니 당장 다 전기차로 뒤집어 엎는다는 건 아니네요. 하지만 분명 야심찬 숫자이긴 합니다.
현대차 E-GMP에서 다른 브랜드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과 달리 눈여겨 볼 점은 글로벌 충전 인프라에 대응한 세계 최초 400V / 800V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 탑재라는 충전의 범용성, 전기차 최초 감속기 디스커넥터로 2WD / 4WD 방식 전환을 통한 주행 효율을 향상시켰다는 점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좌), 문재인 대통령(우)
이외 E-GMP가 선보이는 장점들은 기존 스케이트 보드 플랫폼을 쓰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장점으로 앞세우는 것들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딱 잘라 말해서 현대차 E-GMP가 좋은 것일까요? 네 좋은 겁니다. 만들 수 있는 차종이 다양해지니, 소비자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아지니 좋죠. 제조사입장에선 라인업이 다양해지니 수익성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플랫폼을 단순하게 섀시나 차대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플랫폼이라 부르는 섀시는 자동차 제조에 있어서 거의 모든 것입니다. 예를 들어 1개의 플랫폼으로 여러 차급과 차종을 만들 수 있죠. 싼타페도 만들고 아반떼나 그랜저도 만듭니다. 토요타는 TNGA 플랫폼으로 캠리도 만들고 아발론, 라브4, 렉서스 ES도 만들죠. 많은 브랜드를 가진 폭스바겐은 더 심합니다. 포르쉐 카이엔, 폭스바겐 투아렉, 아우디 Q5, 벤틀리 벤테이가도 만듭니다. 이렇게 괜찮은 플랫폼 하나로 다양한 모델로 가지를 치는 건 빈번하게 있어왔던 일입니다.
현대차 E-GMP 역시 앞으로 나올 전기차 모델들 때문에라도 많은 주목을 받습니다. 더불어 전기차 플랫폼이기에 주목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여기엔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친 영향력이 큰 회사 현대차라는 점도 기억해야만 합니다.
현대차 E-GMP
전동화 시대를 연다는 측면에서 현대차와 같은 거대 기업이 움직이는 것은 한국의 거리 풍경을 확 바꿔놓을 수 밖에 없죠. 게다가 전후방 연계효과를 감안했을 때 현대차 E-GMP가 미치는 파급력은 대단한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주유소는 충전소로 바뀔 거고, 정비소들은 이제 전기차를 위해 다양한 기술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죠. 중고차 업계도 준비를 해야 합니다.
현대차 E-GMP, 당분간 주목해야 할 이름이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란 이제 전기차 분야에서 역사가 길고 수년간 실험과 보완을 마친 플랫폼이기에 앞으로도 줄 곧 이 단어가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어디로 튈 지 아무도 모르죠.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의 성능과 효율을 뛰어넘을 또 다른 모델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합니다.